A letter from Mar 02, 2026

Time Travelled — 6 months

Peaceful right?

진영에게 야 2026년 3월 2일 화요일 17시 44분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지금 김천농업기술센터 스마트농업과 농촌인력지원팀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오고 정신을 못차리겠다. 일이 너무 힘든거 있지. 힘들어서 이런 편지도 쓰게되네. 뭐, 이건 긍정적인 효과인가? 하여튼 오늘은 휴일인데도 늦게나마 출근해서 일을 좀 쳐내야 할 거 같아. 쉬는날 쉬었다고 밀린 업무가 산이 되었어. 일이 너무 밀려서 무섭다 아 좀 낭만적이게 쓰고 싶었는데 머리가 잘 안돌아가노 ㅋㅋ 아.. 삶이 원래 이렇게 힘든걸까. 지친다 임마. 한때는 세상이 유리알처럼 반짝였잖아. 문학만 있어도 내 세상은 빛나보였고 영영 아름다울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졌었잖아. 근데 나도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 되니까 슬슬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아마 내가 운 좋게 공무원되고 좋은 자리만 가서인가. 다른 사람들이 원치않아하는 자리에 오게되니 다 포기하고싶다는 생각까지 드네 ㅋㅋ... 너무 징징대지? 근데 징징대고 싶어. 그만큼 요즘은 무척 힘이드네. 처음엔 주위 사람들한테 하도 징징대서 슬슬 시간이 지날수록 눈치보여서 꾹 참고있걸랑. 니가 내 징징거림 안 들어주면 난 어떡하니. 그러니까 좀 들어봐봐. 지금의 넌 어때? 업무는 좀 적응했어? 아니면 결국 적응 못하고 다른 곳에 있어? 어떻게 됐든 항상 네 선택 응원하는 거 알지. 니가 좋아. 니가 널 미워해도 내가 언제나 널 꼭 안아줄게. 토닥토닥 내 소중한 선물.. 힘이 들면... 내 온기를 느껴봐. 심장박동은 좀 약하지. 그래도 목과 목이 맞닿을때 조금 따끈할정도의 맥박. 샴푸냄새가 나는 머리칼. 보드란 볼. 딱딱한 등을 느껴봐. 살아있어 너. (설마 이 편지 오기 전에 죽은건 아니지 죽은게 아니면 징하다 너ㅋㅋ 독해. 그래, 살아있으면 된거야. 그럼 어떻게든 된거야) 지금은 비가 내려. 난 비 내리는 날이 좋더라. 시원한 물방울이 자꾸만 나를 토닥토닥 건드리잖아. 읍면동에 있었을땐 비온 후 수해 복구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생겨서 비내리는 풍경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는데 그래도 센터에 오니 그런 업무로부터 멀어진건 좋아. 근데 이젠 본 업무때문에 쉼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쉽다. 며칠 전에는 눈이 내렸어. 영화 '국보'에 내리는 눈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폭설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을 업무에 지쳐 들어간 흡연실에서 보게되니 묘한거 있지. 세상은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 건물 안 내 삶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으니까. 진영아 요즘은 뭘하며 지내니? 아직도 시가 좋니. 책을 읽는게 좋아? 여행은 자주 다니고? 살은 좀 빠졌니. 피부는 어때. 난 요즘 썬크림 한동안 안발랐더니 안경벗으면 늙어보이더라. 썬크림 꾸준히 발라. 예쁜 옷 입자, 집을 꾸미자, 시를 쓰자, 책을 읽자, 좀 꾸미고살자. 한동안 막연히 머릿속에서 바라온 이상향인데 너 아직도 이게 이상향이니. 나는 요즘 스트레스로 돈을 참 많이 썼어. 너는 요즘 뭐에 돈을 써? 아참 너 술 마시는거 좋아하잖아. 너 요즘 술 자주 마셔? 3월의 나는 지금 술이 무섭다. 먹으면 일 밀리고... 다음날 기억도 안나고... 먹을때만 좋고 더 우울해지고... 담배는 끊었냐? 나 먹는 위고비 주문했는데 미래의 너는 살이 쪽 빠져있으면 좋겠다. 이 편지 받았을 쯤엔 여행 한 번 가보는거 어때? 숙박비 지원금도 남았을 거 같은데! (만약 안 남았으면 네 사비를 써서라도 한 번 가봐) 아름다운 풍경 누려야지. 썬크림은 꼭 바르고! 사랑해 진영아. 우리 오래오래 살자. 삶에 너무 힘겨워하지 마. 힘든와중에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편지쓰는 나도 있잖아. 지금 날씨는 어떻니.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발바리같은 네 코가 비냄새 맡으며 산책했으면 좋겠다. 몸은 아프진 않지? 아프지 마. 아프면 서러워져. 그래도 건강한게 좋지. 요즘 책은 뭘 읽냐. 책 많이 읽어야지. 하 출근하기 싫다. 근데 해야하지. 빨리 이 곳을 탈출하고싶어. 지금 이 편지를 받은 너는 어때 진영아. 아무리 힘들어도 널 버리지는 마. 삶이 아무리 너를 작게 만들어도 네 마음 속 일렁이는 문장까지 꺼트리진 못해 너는 글을 잘 쓰잖아? 쓰자. 네게 주어진 걸 전부 써보자. 이미 너는 시인이야. 세상을 더 깊은 감각으로 안아주려다 보니 아픔도 더 깊게 느끼나 봐. 그래도 이 모진 풍파 속에서 너는 더 단단해졌겠지? 반짝이는 걸 어릴때부터 좋아했잖아. 그렇게 너는 보석이 된 거야. 다만 날이 흐려 세상이 너의 반짝임을 알아보지 못해도 나는 아니까. 나는 너를 품어줘야지. 힘내. 항상 응원하는 거 알지? 행복해야 해! 울고싶을 땐 울고! 살아보면 좋은날 올거여! 사랑해!!! 2026. 3. 2. 월. 18:40 미래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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